"예쁜 가상인간보다 소통이 잘되는 가상인간이 필요하다"[긱스]

입력 2022-12-13 08:38   수정 2022-12-13 10:54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가상 인간(디지털 휴먼)을 둘러싼 경쟁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업체들은 저마다의 가상 인간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홍보하느라 바쁜 모습입니다.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마인드로직의 김진욱, 김용우 대표가 이런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가상 인간이 살아남기 위한 필수 조건을 담은 기고를 한경 긱스(Geeks)에 보내왔습니다. 두 대표가 AI 시장을 6개 대주제로 톺아보는 시리즈 중 네 번째 글입니다. 핵심은 "예쁜 가상 인간보다 소통이 잘되는 가상 인간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무대 크기 커질수록 경쟁 치열해진다
팬데믹이 초래한 격변으로 오프라인과 온라인 경계가 허물어졌다. 혼합현실 분야 서비스와 콘텐츠 생태계가 팽창하면서 디지털 휴먼 시장 또한 주목받고 있다.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메타버스 플랫폼은 물론, 기성 미디어에서도 디지털 휴먼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시대다. 자본 시장도 즉각 반응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이머전리서치는 글로벌 디지털 휴먼 시장 규모가 지난해부터 연평균 36.4% 성장해, 2030년에는 5275억 8000만 달러(약 7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사이버 가수 ‘아담’은 1998년에 등장했다. 그보다 앞선 1996년 일본에선 최초의 사이버 아이돌 다테 쿄코가 데뷔했다. 20여년이 지난 현재, 새로운 디지털 휴먼의 등장 자체만으로는 세상이 떠들썩해지기 어렵다. 오늘날 디지털 휴먼이 다시금 조명받게 된 것은 탄생을 넘어, 규모급의 디지털 인프라 저변 확대로 인해 이들의 활동 무대가 넓어졌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과거에는 특정한 공간에서 생겨나는 사람 간의 만남이나, 일방적인 소통으로 대부분의 일을 처리했다. 업무를 하기 위해 회사로 출근했고, 현금을 인출하고자 은행 창구에서 순서를 기다렸다. 콘텐츠는 거실에서 TV가 보여주는 대로 시청했다. 반면 모든 것이 손 안에 들어와 있는 지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담당자는 더 이상 일대일로 상호작용할 이유가 없다. 심지어 그 담당자가 사람일 필요도 없다.

뒤바뀐 세상 속에서, 최근 등장하는 디지털 휴먼은 발전된 콘텐츠 제작 기술을 통해 보다 정교한 외형으로 구현된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디지털 휴먼은 업무를 돕는 동료이기도, 광고에 나오는 연예인이기도, 창구 상담원이기도 하다.

가상 인간 활용처가 크게 늘어난 상황을 기업들은 두 팔 벌려 환영할 수밖에 없다. 디지털 휴먼은 휴가도 가지 않고 24시간 일한다. 무한대에 가까운 생산성을 보여주기 때문에, 많은 영역에 활용될수록 인건비는 자연스럽게 절감된다. 차별화된 디지털 휴먼을 선보이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것은 어쩌면 필연적이다.
디지털 휴먼, '3대 기술 요소' 끝났다
활용도 높은 디지털 휴먼을 완성하기 위해 기업들은 꾸준히 노력해왔다. 특히 직관적으로 전달되는 요소인 비주얼을 정교하게 구현하고자 치열한 각축전이 벌여왔다. 또한 다양한 방법을 통해 디지털 휴먼을 세상에 선보이고 있다.

업계에는 디지털 휴먼 구현에 관한 세 가지 형태의 방법론이 대표적으로 자리 잡았다. 첫 번째는 전체를 컴퓨터그래픽(CG)을 통해 그려내는 형태다. 대개 영화와 같은 미디어에서 활용해오던 전통적인 방식이다. 가장 섬세하고 정교한 작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현실감이 굉장히 뛰어나지만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수반된다.

두 번째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조합 방식의 기술이다. 특정 인물의 얼굴이나 신체 부위를 합친, 소위 딥페이크 방식이다. 실제 사람의 영상이나 사진을 촬영한 뒤에 얼굴 그래픽만 씌워서 합성하는 것으로 가장 간단하게 디지털 휴먼을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주로 AI 아나운서, 고객 응대 담당자 등 일반적으로 정면만 바라보는 디지털 휴먼 구축에 사용된다. 다른 방식에 비해 비용이나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나, 동작이 다소 어색하게 반영되는 등 섬세함이 가장 부족하다.

세 번째는 3차원(3D) 모델링이다. 해당 방식은 아바타형 디지털 휴먼을 더욱 사실과 근접하게 구현하는 형태로 발전해왔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3D 모델링으로 제작한 아바타의 실시간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됐으며, 가상 인간 제작에도 많이 활용되는 추세다. 완성도면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섬세함을 표현하는 것이 가능하고, CG 방식에 비해 시간이나 비용적 측면의 효율성도 뛰어나다. 필자들이 오픈타운2.0을 통해 선보인 아바타 시스템 역시 3D 모델링을 기술을 활용해 만들어졌다.

고도화된 기술에 대한 접근성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엔 손쉽게 디지털 휴먼을 제작하고 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3D 엔진을 보다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레임워크들을 선보이기도 한다. 높은 퀄리티의 디지털 휴먼을 몇 분 만에 제작할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 환경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구축되는 중이다.
'디지털 아이돌' 진가 누리는 시대
다양한 영역에서 디지털 휴먼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고 있으나, 그 중에서도 가장 수요가 큰 시장은 단연 엔터테인먼트 분야다.

디지털 휴먼을 아이돌 등 인플루언서로 활용할 때 그 진가가 발휘된다. 우선, 예측이 불가능한 변수가 크게 줄어든다. 스캔들, 연애, 음주 등 디지털 휴먼은 사람이 일으킬 수 있는 다양한 리스크로부터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잠을 자지 않기 때문에 24시간 내내 활동이 가능하다. 시공간의 제약도 쉽게 초월할 수 있다. 기획 단계에서 특정 계층의 성향을 반영할 수 있어, 타깃에 완벽하게 대응하는 '맞춤형 페르소나'를 지닌 인플루언서 제공이 가능한 것도 커다란 장점이다. 기업 입장에서 매력적인 대안이 아닐 수 없다.
이미 해외에서는 수많은 디지털 인플루언서들이 활동 중이며, 시장을 빠르게 점유해 나가고 있다. 버추얼 인플루언서인 ‘릴 미켈라’는 2016년 인스타그램을 통해 데뷔했다. SNS 계정 팔로워는 300만에 달한다. 등장과 동시에 첫 번째 디지털 싱글을 발매하며 뮤지션으로도 활동을 이어왔다. 현재 발표한 디지털 싱글은 총 19개다. 영향력은 실제 가수 못지않다. 한해 수익은 130억원이 넘는다. 릴 미켈라를 선보인 미국 스타트업 브러드는 로니 블라코, 버뮤다 등 총 3명의 디지털 휴먼을 차례로 선보였다.

디지털 인플루언서에 대한 기대 수요는 꾸준히 증대될 전망이다. 비즈니스 인사이더 인텔리전스는 기업이 버추얼 인플루언서 등 가상 인간 마케팅에 쓰는 비용은 2019년 80억달러(약 9조원)에서 2022년 150억달러(약 17조원)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할 것이라 예측한 바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가상 인간 시장 규모가 2025년께 실제 사람 인플루언서 시장 규모를 추월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국내에서도 인플루언서로 시작해 영역을 넓혀간 ‘로지’ 이후 디지털 휴먼들의 연예계 데뷔는 가속화되는 추세다. 최근 등장한 ‘한유아’, ‘리나’ 등도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며 실제 사람 배우와 가수의 자리까지 넘보고 있는 상황이다.
아이돌 성공 방정식, 행태적 소통 핵심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새로운 가상 인간들을 쏟아내면서 시장의 기대감도 크게 증폭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휴먼이 단발성 트렌드를 넘어 산업의 신기원을 열어내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바로 팬덤 관리다.

지속적인 활동 기반을 만들어내는 팬덤은 가상 인간이 스타로 거듭나기 위한 성공의 필수 조건이다. 연예계에 진출한 디지털 휴먼도 다채로운 채널을 통해 대중과 접점을 크게 확대하는 방식으로 차근차근 팬들을 확보해 나간다.

관심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팔로워는 늘어나지만, 사업성은 다른 측면의 이야기다. 단순한 관심만으로는 팬덤을 유지하며 엔터테인먼트 산업 내 다양한 수익화 모델을 전부 활성화하기가 쉽지 않다. 현재까지 연예계 진출한 디지털 인플루언서의 주 활동 무대는 화보, 디지털 음반, 뮤직비디오 등이며, 콘텐츠의 일방적인 공급에 가깝다. 실제 디지털 휴먼을 등장시키는 동시에 팬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할 채널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에, 팬덤을 확보하는 단계에 머무는 것이다.

유입되는 팬은 있지만 지속성이 부재한 점, 이것은 디지털 휴먼 시장의 큰 허들이다. 문제가 진단된 이상 경쟁의 패러다임도 변화할 수밖에 없다. 과거 디지털 휴먼 개발 경쟁은 사람과 비슷한 외형 구현에 치중됐었으나, 일정 수준 이상의 비주얼 퀄리티가 보장되는 현시점에서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진출한 가상 인간이 보유해야 할 차별화된 경쟁력은 대중과 보다 사람처럼 소통하는 '행태적인 유사성' 확보에 초점이 맞춰진다.

팬덤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일대일 대화, 아바타를 활용한 라이브 방송 등 실시간성이 담보된 소통이 수시로 가능해야 한다. 손쉬운 숏폼 콘텐츠 생성을 돕는 등 간편하지만 팬들과 밀접한 소통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들이 팬덤 관리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다. 또 디지털 아이돌은 소위 버튜버로 불리는 버추얼 크리에이터들과 본질적으로 속성이 유사하다. 가상 인간 혹은 아바타를 뒤에서 움직이는 사람은 누구라도 무방하다. 따라서 실시간 소통 기능을 탑재해, 버추얼 크리이에터들의 주 활동 무대로 자리매김한 메타버스 플랫폼에 디지털 아이돌을 등장시키는 것으로 간단하게 문제해결도 가능하다.

필자들이 운영하는 '오픈타운' 서비스 역시, 버추얼 크리에이터들이 보다 효과적으로 팬들을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최근 대규모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모션 리타겟팅 기술로 모바일 디바이스만으로 이용자의 표정이나 동작을 아바타와 연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에, 크리에이터는 숏폼 콘텐츠로 일상을 공유하거나 실시간으로 방송을 간편하게 진행할 수 있다. 기존 기능인 소셜 AI 메타버스 채팅으로 24시간 1:1 대화를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파티 모드로 버튜버의 팬들은 플랫폼 내에서 서로 대화할 수 있기 때문에, 커뮤니티 형성을 통한 팬 관리도 한 번에 이뤄진다.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은 디지털 아이돌 팬덤 관리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사이버 가수 아담이 등장했던 당시, 그가 설자리는 거의 없었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반복되는 혁신은 환경을 변화시켰다. 온라인으로 연결된 광활한 무대 위에서 경연이 벌어지는 전에 없던 세상이 열렸다. 자연스럽게 디지털 휴먼의 성공 방정식도 변모하고 있다. 탄생 그 자체를 넘어, 팬덤을 얼마나 더 확보하고 이를 지속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변화된 트렌드를 얼마나 빠르게 흡수하고 적용할 수 있느냐가, 치열한 디지털 휴먼 경쟁에서 승기를 거머쥘 주인공을 결정하는 트리거가 될 것이다.
김진욱 마인드로직 공동대표(오른쪽)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미 스탠퍼드대 경영학 석사(MBA)
△KTF 전략 및 신규 사업 담당
△맥킨지앤컴퍼니
△네이버 라인 글로벌 사업 담당

김용우 마인드로직 공동대표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미 버클리대 경영학 석사(MBA)
△캣츠앤독스 대표
△LG전자 북미법인
△스토리팝 대표
△맥킨지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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